캐나다 삶과 여행/메트로 밴쿠버 명물 명소

[밴쿠버의 명물 명소 8] 개리 포인트 파크(Garry Point Park), 리치몬드 스티브스턴

밴야빠 David 2026. 1. 2. 10:22

개리 포인트 파크(Garry Point Park)
– 벚꽃 엔딩 & 네버엔딩 스토리

개리 포인트 파크는
리치몬드 남서쪽 끝,
스티브스턴(Steveston) 인근에 자리한
해안 워터프런트 공원이다.

바다, 살리시 해(Salish Sea)를 마주하고
밴쿠버 아일랜드와 걸프 아일랜드 방향으로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있다.
리치몬드 최고의 석양 명소로 손꼽히는 이유다.



개리 포인트는
단순한 해변 공원이 아니다.
프레이저 강(Fraser River) 하구 지형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수평선의 여백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밴쿠버 아일랜드의 윤곽이 드러나고,
섬의 능선들은 겹겹이 포개진다.
해 질 무렵이 되면
바다와 하늘은 경계를 잃고
하나의 톤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해갈(解渴), 목마름을 풀다

개리 포인트 파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매년 봄마다 찾아오던
벚꽃 향수 때문이었다.
밴쿠버 최대의 벚꽃 명소를 찾아 헤매던 중,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다.

울산 여천천과 대왕암 공원,
경주 불국사와 보문단지,
대구 두류공원과 수성유원지까지.
한국에서라면
해마다 원없이 벚꽃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밴쿠버에 와서는
마음껏 벚꽃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처음 개리 포인트 파크를 찾았던 날.
나는 비로소
오랜 숙원이었던 벚꽃 향수를
이 바닷가 공원에서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그날의 풍경은
봄날의 갈증을
단번에 해갈시켜 주었다.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그날의 인연을 시작으로
아내와 나는
매년 봄이면
개리 포인트 파크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이곳을 찾는다.
로키 포인트 파크에 이어
아내와 나에게
두 번째 사랑의 싹이
조용히 뿌리내린 곳이 되었다.

특별히
지난 가을과 겨울,
고단한 삶의 무게로
일상이 휘청이던 때,
가족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었을 때
아내와 나는
다시 이곳으로 향했다.

해질녘 수평선 아래로
천천히 기울어가는
서러운 노을빛 속에서
오래도록 가만히
우리는
서쪽 하늘 끝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