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위에 세운 ‘평화’라는 이름의 문
피스 아치(Peace Arch)는
캐나다 서리(Surrey, British Columbia)와
미국 블레인(Blaine, Washington)의
국경선 한가운데에 세워진 상징적 기념물이다.
그리고 이 아치를 중심으로 펼쳐진 공원 전체를
Peace Arch Park라 부른다.
이곳은
‘국경’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과는 달리,
전 세계에서도 드물게
가장 평온한 분위기의 국경 공간으로 기억된다.




승리가 아닌 평화를 기념하는 문
피스 아치는
미국과 캐나다가
1812년 전쟁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쟁 없이 지내온 평화를 기념하기 위해
1921년에 건립되었다.
그래서 이 아치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전쟁이 없었던 시간을 기념하는
매우 이례적인 기념물이다.



지금, 여기, 다시금 깊이 되새겨야 할
고대의 개선문(凱旋門)을 연상시키는
흰색 아치 형태 역시
‘정복’이 아닌
‘화해와 공존’을 상징한다.
아치에는 양국을 향한 문장이
각각 새겨져 있다.
캐나다 쪽에는,
“BRETHREN DWELLING TOGETHER IN UNITY”
(형제들이 연합하여 함께 거한다)
미국 쪽에는,
“CHILDREN OF A COMMON MOTHER”
(하나의 어머니를 둔 자식들)
이 문구들은 독특하게도
양국의 관계를
이웃이나 동맹이 아닌
‘형제’로 묘사하고 있다.


공존과 자유의 가치가 복원되기를
Peace Arch Park는
캐나다와 미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원이다.
여권 없이 공원 내부를 산책할 수 있지만,
국경선을 넘어 이동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치 주변의 잔디와 산책로에서는
국경의 긴장감 없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다.
이 점이야말로
이 공원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자 특이점이다.



뉘앙스가 아닌 태도
아치 인근에는
장식 없는 단순한 화강암 기둥 형태의
국제 국경 표식석
(International Boundary Marker)들이
정확한 국경선을 표시하고 있다.
이 표식들은
힘을 과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경의 질서를 드러내며,
마치 다음과 같은 태도를 말없이 전하는 듯하다.
“질서는 분명히,
태도는 온화하게.”

Blaine Subdivision(블레인 서브디비전)
국경을 넘나드는 철로를 바라보며
최근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미묘한 긴장과 불편함이 감지되는 지금,
BNSF Railway의 화물열차가 이 철로를 오갈 때마다
국경은 장벽이 아니라 생활과 경제를 실어 나르는 통로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더 나아가 Amtrak Cascades의 여객열차가
밴쿠버와 시애틀, 포틀랜드를 잇는 동안
양국 시민들의 일상과 이동, 시간을 한 선로 위에 포개 놓는다.
정책과 외교의 기류가 흔들릴 때에도,
이 선로 위에서는 물자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상호 의존이라는 현실을 반복해 확인시킨다.
이 철로는 이제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불편한 시대 속에서도 단절보다 연결이 오래간다.’
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말해 주고 있다.


간절함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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