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삶과 여행/BC주 명물 명소

[조프리 레이크 2] 경이로움과 겸손함에 대하여

밴야빠 David 2025. 11. 26. 14:09

조프리 레이크(Joffre Lakes)는 Lower Lake, Middle Lake, Upper Lake, 이렇게 세 개의 호수가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하나씩 올라갈수록 색도, 풍경도, 공기의 기운도 변해간다.

Lower Lake는 입장 예약 인증 구역을 지나자마자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밴쿠버에서 3시간 넘게 달려온 피로가,
그 잔잔한 에메랄드빛 호수를 마주하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진다.


Middle Lake는 여행자의 마음을 애태운다.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이지만, 끈질기게 이어지는 굽이진 길과 수많은 계단들을 넘어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 장엄한 풍경을 보는 순간, 숨이 찼던 가슴도, 아팠던 종아리도, 그 사이에 쌓였던 모든 피로마저도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Upper Lake까지 향하는 길은 심심할 겨를이 없다.
앙증맞은 야생화와 풀잎들,
기묘한 모양의 바위들,
그리고 그 틈새마다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수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발걸음을 한층 더 가볍게 해준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르면,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낸,
해발 1,570m 고도에 고요히 자리한, 오묘한 에메랄드빛 호수를 마주하게 된다.


형언불가!

그저 ‘경이롭다‘는 단어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수식어가 없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나의 왜소함… 이런 의식의 흐름이 태초에 신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의도하신 바는 아닐까!

문득 25년 전 대학 졸업 여행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제주도의 한라산에 올랐다.
등반 초반부에서 해발 1,500m까지는 솔직히 단조롭고 지루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어서는 순간 모든 부정한 마음은 간 곳 없고, 사람들이 왜 한라산을 극진히 사랑하는지 금세 알게 되었다.

발 아래로로는,
끝없이 펼쳐진 구름의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또 다른 산들의 ‘섬들’에
말문이 막혔다.

눈을 치켜뜨니,
영험한 기운의 한라산 봉우리가 나를 압도한다.

나는 어떻게 백록담까지 올라왔는지도 모를 만큼
어떤 힘에 이끌리듯 정상에 다다랐다.

눈앞의 분화구 연못은
아득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채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현듯, 나는 그곳으로 달려 내려가
수 만년의 질고를 담은 그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싶었다.
그러나 백록담은 등산객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먼발치에서
그 물빛을 눈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새길 뿐이었다.

지금 조프리 레이크의 빙하수가 만들어낸 초현실적인 물빛 앞에 서 있는 나는,
25년 전 한라산에서 자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 겸손해졌던

그때 그 젊은 나와 다시 마주하고 있다.